새에 관한 기억 diary



  집에서 나오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까악 울면서 머리 위로 날아갔다. 만화에 나오는 것 처럼

... 


  하고 머릿 속에 점 세개가 찍혔다. 서울에 언제부터 까마귀가 살았지? 사실 예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몰랐나.
  그러고보니 나는 새에 무심하다. 도시에 살면 새에 무심하겠지. 우리랑 전혀 가깝지 않으니까. 가깝지 않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몇몇 새가 떠올랐다.



      참새

 유년기에는 한옥에서 살았다. 마당에서 개를 키웠는데 늘 참새가 스무마리쯤 날아와 개밥을 빼앗어 먹었다. 우리집 개는 사료가 아닌 국에 만 밥을 먹었기 때문에 참새가 먹는 밥 역시 국물에 불은 쌀밥. 동네 참새들이 아침마다 모여서 개 밥을 빼앗아 아침을 먹으면서 짹짹거리고 그러면 나는 방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우리집 개가 열받아서 왈왈 짖으면 한번에 푸드득 하고 날아갔는데 그 반동 때문에 개 밥그릇이 자주 뒤집어졌다. 그러면 개는 허망하게 엎어진 밥을 바라보곤 했다. 어렸던 나는 참새는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참새야 말로 가장 흔하고 가까운 새라고 생각했다.


      까치
 
 서울에 까치가 집을 지을만한 곳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어느 까치 한마리가 우리집 처마에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까치가 집에 드나들며 집을 만드는 줄도 몰랐다. 어느날 엄마가 반쯤 만들어진 집을 보여줬고 아, 우리집에 가족이 하나 늘었구나 생각했다. 부지런히 집을 만들던 까치는 거기서 알도 낳고 새끼들도 깠다. 처마 밑에 만든 집이라 집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어서 장독대 위로 올라가 집을 보려고 했지만 각도가 도저히 맞지 않아서 새끼들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우는 소리만 겨우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엄마까치도 아기까치도 보이지 않았다. 까치의 일생을 관찰할 정도로 까치가 우리집에 둥지를 만든 건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집을 만들었던 까치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또 알을 낳고 새끼를 깠다. 언제인가는 아직 눈도 못 뜬 새끼 까치들이 전부 둥지 밖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털도 없었고 투명한 피부 아래로 벌건 속살이 다 보이는 아주 작은 새끼였다. 한마리도 아니고 서너마리가 전부 떨어졌었다. 그 후로는 까치가 집에 오지 않았던 것 같다.


     비둘기

 집 바로 앞이 마로니에 공원이였다. 공원의 풍경에는 늘 살찐 비둘기들이 구구구 거리며 사람들이 던져놓은 뻥튀기를 쪼아먹고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이 비둘기를 향해 뛰어가면 모두 동시에 날아가고, 그러면 나와 동생과 공원의 여자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머리를 가렸다. 새에 붙은 세균들이 떨어진다고 호들갑을 떨었지. 나에게 익숙한 새는 참새이기 때문에 비둘기의 큰 몸집이 무서웠다. 꼭 날아가다가 나와 부딪힐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혀서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새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에선가 봤던 만화영화속의 장면이 생각나서 새의 부리가 내 머리통에 꽂힐거라는 공포에 비둘기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사실 무서운건 비둘기의 부리만이 아니다. 비둘기 똥. 마로니에 공원을 비롯해서 대학로 이곳저곳 - 특히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 에는 하얀 비둘기똥이 천지다. 분명 내가 마로니에 공원을 걷다가 새똥을 맞고 말거야, 이건 확률적으로도 분명히 있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젠가는 대학로를 걷고 있는데 내 바로 앞, 정확히 1m도 안되는 앞에서 걷던 여자 등짝으로 갑자기 하얀 자국이 생겼다. 오마이갓. 등에 새똥이 묻은 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태연하게 걸어가는데 나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조금만 더 앞을 걷고 있었다면 내가 맞을 수도 있는 거였는데! 역시 누군가는 새똥을 맞는 거였어! 새똥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다음은 나일거라는 생각이 아직도. 특히나 마로니에를 걸을 때면.


     앵무새

 역시 새는 하늘을 나는 동물이고 잘 걷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까이서 관찰하고 싶어도 다가가면 푸드득 날아가버리니까. 초등학생때 동생 친구네 집을 놀러갔다가 처음으로 집에서 키우는 새를 봤다. 핑크색 새장안에서 사는 새는 앵무새였다. 나는 그때 앵무새와 구관조의 차이점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말을 시키려고 한시간이나 서서 말을 걸었다. 가까이서 본 새의 눈은 마치 인형에서 산 인형 눈알을 붙여놓은 것 같았다. 흰자와 검은자가 없으니 온통 검기만 한 하나의 점이 움직이면서 고개를 인형처럼 까딱까딱. 정말 인형과 똑같구나. 인형이 새를 닮은게 아니라 새가 인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가짜같은 눈이 무서웠다. 살아있는 동물이 맞긴 한 걸까. 여전히 새를 보면 날개를 단 로봇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서 볼 수 없으니까.  새라는 동물은 인간인 나에게는 너무 멀다.


     까마귀

 열네살 때 구마모토 성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까마귀를 봤다. 일본 여행 내내 까악거리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렇게 많은 까마귀를 본 건 구마모토 성이 처음이었으니까. 마로니에 공원처럼 널직한 아스파트 공터에 모인 까마귀는 아스팔트보다 더 까맸다. 너무나도 검어서 이래서 이름이 까마귀구나. 밤보다도 검고 어두운 깃털에 까만 눈동자. 게다가 몸집이 얼마나 큰지 나를 발톱으로 쥐고 날아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 친구 뒤에 숨어서 몰래 구경을 했다. 밤의 사신. 달의 친구. 
 한국에도 까마귀가 들어오게 된 건지 요즘 아파트 거실에서 앉아서 멍때리고 있으면 가끔 까마귀가 까악 하고 창문 옆을 날아간다. 얘들은 어디서 왔을까. 혹시 나 정신차라리고 누가 날려보낸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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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데미 2011/09/28 12:26 # 답글

    닭 이야기는…? 닭도 샘니다;ㅂ;

    그치만 재밌게 잘 읽었어요~
  • 타인 2011/10/04 01:29 #

    닭은 너무 친근해서 새라는 생각도 안했나 봅니다;; 살아있는 것 보다는 밥상에서 더 자주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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